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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트랜드

[seri REPORT] 스마트폰, 당신을 뮤지션으로...


글. 권오경
백제예술대학 실용음악과 교수
작곡가, 프로듀서, 칼럼니스트로 일하고 있다. 크로스오버 밴드 ‘권오경 소사이어티’의 리더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세 장의 싱글 앨범을 발표했다. 그 외에 돈 되는 모든 음악 작업을 수행 중이며 여러 잡지와 신문, 포털 등에 음악 관련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얼마 전 꽤 잘 나가는 뮤지션 세 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그들은 별 대화가 없었다. 그들이 소통하고 있는 대상은 아이폰이었다. 한참을 아이폰과 놀다 결국 대화로 돌아왔을 때도 그들은 오로지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에 관해 얘기했다. 그 자리에서 받은 소외감은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또 그 박탈감은 매장으로 달려가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 뮤지션 세 명은 음악에 관해서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그런 그들이 아이폰으로 음악을 얘기하고 있었다. 이들은 ‘비트메이커’로 리듬을 만들고, ‘포트랙 레코더’로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트랙별로 저장한다. 여러 시퀀싱 프로그램으로 간단한 곡을 만들기도 한다. 아, 당신들의 악기는 어디에 두고 왔는가?

아이폰녀와 똥폰남

한동안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아이폰녀’와‘똥폰남’이 검색순위 상위권에 랭크 됐었다. 아이폰녀는 아이폰 여러 대를 활용해 음악을 직접 만들고, 노래까지 하는 한 미모의 여성을 가리키는 별명이다. 이 여성은 이 동영상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똥폰남은 이 동영상을 패러디해 일반 휴대전화로 유사한 콘셉트의 장면을 연출해낸 한 남성을 가리키는 별명이다. 똥폰남의 존재는 아이폰녀가 있기에 가능했다. 패러디의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측면이 아니다. 아이폰의 놀라운 기능이 과거 생각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이남성에게 제공한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여겨져 왔던 음악 제작 또한 놀이의 하나로 만들어버렸고, 아마추어들을 프로의 세계로 근접하게 했다.

전문가의 영역이 놀이의 대상으로 ..

음악 제작 툴이 디지털화 되면서 누구나 집에서 간단한 장비와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홈 리코딩의 시대가 열렸다. 곧 모바일 리코딩의 시대가 개막될 것 같다. 디지털 음악 제작 툴인 시퀀싱 프로그램이나 멀티 트랙 레코더, 각종 가상 악기들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위에 언급한 뮤지션들도 이런 어플리케이션들을 활용해 간단한 음악을 만들고 있다. 물론 전문 스튜디오의 음질을 따라갈 수는 없고, 부족한 부분도 여전히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녹음 장소 등 사용 환경이 개선되고, 프로그램의 기능이 향상된다면 현재의 홈 리코딩에서 나온 결과물에 근접한 수준까지 접근할 날이 멀지 않은 듯 보인다.

그렇다 해도 아직은 여전히 놀이 수준의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진보했는지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을 자신들의 주요한 도구로 여기기 시작했고, 비전문가들은 놀이를 넘어서 스스로를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놀이를 넘어 소통의 수단으로..
 
최근 유행하고 있는 ‘글리’라는 어플리케이션은 유저가 노래를 녹음할 때 피치를 보정해준다. 화음까지 첨가할 수 있다. 결과물은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업로드할 수 있으며, 전 세계의 다른 이들이 부른 노래까지 들을 수 있다. 같은 노래를 부른 사람들과도 교류가 가능하다.

음악 제작이 놀이의 대상으로, 이제는 소통의 수단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미국인 소프라노, 한국인 알토, 중국인 테너, 영국인 베이스가 스마트폰으로 아카펠라 곡을 녹음해 앨범을 발매할 날도 멀지 않았다. 물론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이 가진 소셜 네트워크의 기능에 승차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지만, 음악 제작의 환경을 바꿨다는 것과 장벽을 허물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의 벽
 
현재도 악보를 전혀 읽지 못하거나 음악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음악에 뜻을 두고 많은 관심을 쏟아야 이런 환경에 적응할수 있다. 스마트폰은 그 장벽을 허물었다. 놀이 처럼 사용하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새로운 능력들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적 감각이 뛰어난 이라면 더 많은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전문가와 비전문가 사이에는 큰 벽이 놓여 있다. 스마트폰의 기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이 벽을 넘기는 아직 요원한 일이다. 하지만 그 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적어도 스마트폰의 진화는 비전문가들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며, 전문가들이 대중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추세들이 앞으로 뮤직 비즈니스의 판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점치는 것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