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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인터넷 트랜드

Google TV에 대한 의문

구글이 소니와 협력하여 구글 TV를 만든다고 한다. 사실 아이폰 등장 이후 여러 업체들이 PC, 스마트폰, TV를 3Screen으로 칭하였고 애플은 이미 애플 TV로 쓴잔을 마셨기에 컴퓨팅이 TV에 접목되는 것은 시간문제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크롬 및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가진 구글이 구글 TV를 만들고 생태계를 구성한다고 하니 새로운 무언가를 항상 기대하는 IT업계에서는 눈길을 끌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의 구글 TV는 무언가 2%부족한 듯한 느낌을 지을 수가 없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이전에 iPad를 발표했을 때 내가 나에게 던졌던 질문에 쉽게 답을 낼 수 있었지만 구글 TV는 적어도 두가지 질문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있기 때문이다. 


질문 1) 구글은 과연 TV라는 기기에 대한 고민이 충분했는가? 

3 Screen을 일렬로 놓아보자. PC를 중심으로 왼편에 스마트 폰을 놓고 오른편에 TV를 놓게 되면 하나의 흐름이 생긴다. PC보다 더 개인기기에 가까운 것은 스마트폰이다. 만약 iPad까지 놓게 되면 PC와 스마트폰 사이가 될 것이다. 그리고 TV는 PC보다 공유 기기에 더 가깝다. 개인이 사용하는 기기냐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기냐에 대한 문제는 그 활용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구글 TV의 활용예로 나온 쇼핑의 경우를 보면 명백하다. 쇼핑은 무언가를 선택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제라는 행위도 포함되어 있다. 구글은 여기에 편리한 구글 체크아웃이 있다는 얘기만 할 뿐이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수단을 모든 사람에게 오픈되어 있는 TV에 내장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 경우 문제의 소지가 생기게 된다. 악의적이지 않더라도 나의 계정으로 다른 사람이 충분히 물건을 구매하기가 쉽게 되어 있는 것이다.


구글을 비롯해서 인터넷 서비스는 지금까지 개인에 초점을 맞추어 진화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TV는 본래 부터 가족을 위한 기기였다. 이것을 단순하게 1+1 식으로 짬뽕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도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만약 구글 TV를 통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연동한다고 가정해 보자. 나는 트위터, 아내는 페이스북, 아이는 미투데이를 각각 사용하겠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구글 TV는 가장의 권위를 확인시켜주는 목적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분쟁의 소지를 남겨준다면 결국 가족들은 소셜 네트워크를 각각 포기하고 TV만 보게될 확률이 커질 것이다. 


TV의 장점은 편하게 다른 사람과 같은 화면을 보는 것이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과 닌텐도 위는 이러한 TV의 장점을 잘 알았기 때문에  TV와 어우러져 성공할 수 있었다. 구글 TV 는 이러한 점에서 고민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질문2) 구글 TV는 충분한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는가? 

아이폰이 성공을 거둔 이면에는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터치 인터페이스가 자리잡고 있다. 이제 스마트 폰에서 터치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인터페이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TV를 위해 나온 인터페이스는 리모콘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소셜과 TV가 결합된 예를  다시 한번 상상해 보자. TV와 트위터를 같이 보는 것은 좋다고 하자. 그런데 자신이 트위터에 글을 무엇으로 입력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TV리모콘으로 천지인 한글을 사용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블루투스 키보드? 내 생각에는 둘 다 편리하지 않다.


아마 비싼 돈을 들여 구글 TV를 갖춰놓고 김연아 스케이팅을 보면서 화면의 반은 트위터가 올라오고 그리고 자신은 아이폰으로 트윗을 날리고 있지는 않을까? 지금과 다른 점은 TV의 반만 김연아를 보는 것과 그 나머지 반에 트위터가 차지하고 있는 것 뿐이 아닐까? 또 있다면 고개숙이고 트윗을 날리고 있는 자신은 똑같겠지만 TV화면에서 트윗을 치우라는 가족의 불평도 다른 점이라면 다른 점일 수 있겠다. 만약 구글 TV가 쓸만해 지려면 TV에 걸맞는 인터페이스를 제시해 주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구글은 인터넷과 TV를 붙이면 자신들의 비즈니스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과 인터넷과 TV를 붙이기 위한 기술에 대해서만 생각한 것 같아 보인다. 여기에 이것이 가져다 줄 삶의 질이 개선과 같은 고민은 없어 보인다. 적어도 TV와 인터넷이 합쳐지면 당신들은 어떠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단 한마디의 슬로건이라도 들고 시작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기술은 기술자의 영역이 아니라 생활의 영역으로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이 두가지 의문이 풀리지 않는한 적어도 나에게 구글 TV는 좋은 기술일지는 몰라도 쓸만한 기술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다.